시계가 많이 죄입니까? 네이트는 제 손목을 내려다보던 시선을 들었다. 작열하는 햇빛을 막아주듯 중위의 앞에 브랫이 서 있었다. 장비들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은 브랫은 한쪽 무릎을 굽히면서 몸을 낮췄다. 한참 위에 있던 브랫의 시선이 이제야 네이트의 시선과 높이가 비슷해졌다.
- 새로 지급받는 겁니까. - 아냐, 예전에 같이 받은 건데 쓰던 시계가 멈추는 바람에. 같은 제품인 것 같은데 이상하게 이것만 더 죄는 기분이야.
한 칸 넉넉하게 끼워야할 것 같아. 브랫을 향해 웃으며 대답한 네이트가 시계줄을 느슨히 하기 위해 오른손을 들었다. 그러나 브랫의 손이 더욱 빨랐다. 거칠지만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네이트의 왼 손을 붙잡은 브랫이 제 눈높이까지 그 손을 들어 올렸다. 브랫? 의아한 듯 한 쪽 눈썹을 살짝 들어올리며 네이트가 브랫을 바라봤다. 그리고 제 손목을 들여다보는 브랫의 눈빛에 입을 다물었다.
집중한 눈이다. 네이트 혼자만의 생각인지는 몰라도 브랫은 언제나 저를 바라볼 때면 저렇게 진중하고 깊은 눈이 된다. 마치 심해처럼 깊어지는 푸른 눈. 그 눈에 급격하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브랫은 알까. 무표정을 가장하려고 부러 입술을 더욱 깨물며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가 다시 저를 바라보는 것을.
- 앗, 자, 잠깐. 브랫…?!
네이트의 생각은 거기서 잠시 멈췄다. 시계줄 을 풀어낸 브랫이 발갛게 자국이 남은 손목에 입술을 댔기 때문이다. 손가락보다는 부드럽지만 삭막한 환경에 의해 거칠어진, 그렇지만 뜨거운 입술의 감촉이 손목을 타고 네이트의 온 몸을 휘감았다. 저도 모르게 발가락을 오므리며 흥분을 참으려 한다. 그러나 이내 이를 세워 손목을 깨무는 브랫의 행동에 네이트는 결국 악 문 잇새로 신음을 얇게 흘렸다.
- 브랫, 브랫! 아…!
이런 작은 접촉에 쉽사리 흥분해버리는 자신을 한심하게 여김과 동시에, 브랫과 닿아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있음을 네이트는 인정했다. 부드러운 입술이 스치고, 축축하고 말랑한 혀가 그 위를 핥는다. 시계 줄에 쓸려 더욱 예민해진 살갗에 딱딱한 이가 닿았다. 네이트는 바닥을 짚고 있던 오른손을 들어 제 입을 꾹 눌렀다.
한참 만에 입을 뗀 브랫은 제 침으로 번들거리는 네이트의 손목을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드문드문 잇자국이 남은 손목을 엄지손가락으로 쓸어주고는 시선을 들어 네이트를 바라봤다. 입술을 깨문 네이트가 고개를 사선으로 떨어뜨리고는 힘겹게 숨을 쉬었다. 그런 중위의 뺨을 톡톡 두드리듯 감싸 쥔 브랫이 네이트의 얼굴 아래로 제 얼굴을 들이 밀었다. 흠짓 놀라 고개를 들려는 네이트의 뒤통수를 강하게 붙잡고서 아래로 내렸다. 깨물고 있었던 덕에 더욱 체온이 올라간 중위의 뜨거운 입술이 제 입술에 정확히 닿은 것을 확인하고서 브랫은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