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X10000000 보고싶어서 시작하게 된 존롭 500자 이상 써보기 30개 달성표...
현재 6개.. 썼다...ㅋㅋㅋㅋㅋ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크흡...
그래서 카테고리를 만들어야 하나 지금 심히 고민중인데
천천히 백업을 해보며.. 왕겜 카테고리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해본다...
스노우.
와인을 너무 많이 마셨다고 생각했다. 지금이라면 롭은 연회장에서 공주와 앉아 맛있게 구워진 고기와 와인을 마시며 웃고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래서 존은 피식 웃고는 와인병을 들어 올렸다. 어차피 자신을 신경 쓸 사람이 없기 때문에 존은 처음부터 잔없이 와인병을 둘러 마셨다. 스타크 경이 자식들에게 와인은 한 잔까지만이라고 엄포를 놓은 것도 자신과는 상관없었기 때문에 더욱 더 부담이 없었다.
"스노우."
목소리는 실체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 손목을 붙잡은 이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존은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제 손목을 쳐다봤다. 자신의 오른쪽에서 불쑥 튀어나온 그 손목을 따라 시선을 조금 올렸다. 괜찮냐고 물어보는 롭의 얼굴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존은 그를 롭이라고 부르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그러나 존은 그러지 않았다.
"...스타크."
"와인 한 병을 다 마시다니... 진짜 괜찮은 것 맞아?"
존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살짝 움직여 롭이 앉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롭은 존이 앉아 있던 자리와 연회장 쪽을 번갈아 쳐다보다 그 자리에 앉았다. 조금 남았는데, 하며 존은 롭에게 와인을 내밀었다. 그는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으며 병을 받아들고는 입에 가져다댔다.
"나오면 안 되는거 아냐?"
"괜찮아. 아리아를 재우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고 하면 되니까."
"아리아?"
"응, 아리아 때문에 잠깐 나온 거야."
롭은 소매로 입술을 닦으며 아리아가 연회장에서 했던 일을 말해줬다. 존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롭 역시도 소리 죽여 킬킬거렸다.
"아까 삼촌과 아버지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 진짜야?"
"뭐가."
"나이트워치가 되겠다는 것."
롭의 말이 끝나자마자 존은 제 몸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감각에 휩싸였다. 처음 듣는 말도 아니었는데. 존은 몇 시간 전의 일을 떠올렸다. 네드 스타크는 잔뜩 어두운 얼굴로 정말로 나이트워치로 가겠느냐 물었었다. 존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가겠노라 대답했었다. 그것은 순간적인 감정으로 정한 것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생각하고 또 다짐했던 일이었다. 그랬기에 존은 네드에게 강하게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존은 입술을 깨물며 롭을 바라봤다. 걱정스러움 가득한 롭의 얼굴을 보며 존은 애써 잊으려 했던 감정을 떠올렸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스타크 부인 몰래 롭의 방에서 함께 잠들었던 어느 날, 제 손을 꼭 붙잡고 잠든 롭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쿵쿵 뛰던 심장을 진정시키려 했던 기억과 함께.
"...그래."
"......"
"나는 나이트워치가 될거야. 네가 윈터펠의 영주가 되는 것처럼."
롭이 얼굴을 찡그렸다. 무슨 의미냐고 물어보고 싶었으나 존은 두려웠다. 롭의 대답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대답을 듣고 자신의 마음이 흔들릴까봐 두려웠다. 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롭에게서 멀어져야 했다. 다잡았던 마음이 흔들리기 전에. 그러나 한 발 내딛자마자 술기운때문에 눈앞이 핑 돌았다.
"괜찮아?"
저 질문도 몇 번째인 것인가. 존은 피식 웃으며 롭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러나 롭은 존을 붙든 손을 놓지 않았다.
"놔줘. 네 말처럼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으니 들어가야겠어."
"데려다줄게."
"내 방이 어딘지는 나도 잘 알고 있어, 스타크. 넌 들어가봐야 하잖아."
"하지만..."
"스타크 경이 찾을 거야. 아무리 아리아가 말괄량이라 하더라도 그 애를 재우는데 이렇게나 시간을 잡아 먹는다고 생각하진 않으실걸."
"그게 아니야, 내 말은... 나는..."
"들어가봐."
존은 롭의 어깨를 밀어내며 턱끝으로 연회장을 가리켰다. 둘 사이가 약간 멀어졌다. 역시 이 정도가 좋다. 너무 가까우면 항상 욕심이 생기니까. 롭의 대답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존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아니, 같이 가. 스노우."
롭이 다시 존의 팔을 붙들었다. 존은 그를 뿌리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그의 얼굴을 본 순간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데려다줄 수 있게 해줘. ...존."
* 뒤를 더 이을 수 있을까 확신이 서질 않는다.....
눈을 맞으며 롭이 서 있었다.
어째서 그가 여기에 있는 것일까? 존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곤 주변을 살폈다. 새하얀 설원 위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그와 자신, 둘 뿐이었다. 제 뒤쪽까지 살피고서 앞을 다시 바라보자 웃음을 터뜨리는 롭이 보였다. 존.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은 목소리는 마지막으로 들었을 때보다 조금 더 어른스러워진 느낌이었다. 그를 쳐다보며 가만히 서 있던 존은 천천히 발을 들어 움직였다. 롭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존을 바라보았다.
“…스타크.”
“오, 형제여. 꼭 그렇게 분위기를 깨야겠어?”
못 말리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인 롭이 존의 어깨를 잡아 당겼다. 보고 싶었어, 존. 귓가에 울리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존은 웃음소리에 한숨을 섞어 내뱉은 뒤 그를 당겨 안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것은 꿈일 리가 없다. 롭의 향기, 체온, 손길이 모두 생생하였기 때문에.
꽉 끌어안았다가 반걸음 정도 뒤로 물러나 롭의 손을 잡으려다 그의 손끝이 발갛게 얼어있는 것을 보았다. 장갑은? 존이 미간에 힘을 주며 물었다. 남쪽은 더워서 말이야. 롭은 괜찮다는 듯 웃으며 존에게 잡힌 손을 빼내었다. 그런 롭의 얼굴과 손을 번갈아 본 존은 한숨을 내쉬며 제 장갑을 벗었다.
“안 추워.”
“그런 손으로 춥지 않다고 해봐야 믿음이 안가.”
“진짠데.”
어른스러워진 목소리가 아이처럼 투정한다. 존은 그 중얼거림이 주는 익숙함에 안도하며 롭의 손에 제 장갑을 끼웠다. 좀 걸을까? 장갑이 끼워진 손을 몇 번 쥐었다 폈다 한 롭이 존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존은 그 손을 꼭 잡고 말없이 한 걸음을 내딛었다.
“어릴 때 납골당에 들어간 거 기억나?”
“아리아랑 브랜 놀려먹은 거?”
“응, 그 때.”
“밀가루 몰래 빼돌려서 뒤집어쓰느라 꽤 고생했었지.”
“하하, 옷에 묻은 밀가루를 털어내는 게 더 일이었던 것 같은데.”
“하긴…잘 털어지지도 않더라.”
“온통 흰 가루 뒤집어써서 진짜 유령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온통 까만색으로 뒤덮였네. 눈을 꾹꾹 눌러 밟으며 롭이 읊조리듯 속삭였다. 그 낮은 목소리가 어쩐지 쓸쓸하게 들려와 앞을 보고 있던 눈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설원 너머인지 아니면 과거의 추억을 바라보는 것인지, 또렷하게 빛나던 파란 눈이 흐려져 있었다.
“롭?”
“이제는 돌아갈 수 없겠지. 예전의 우리가 될 수 없듯이.”
“롭, 무슨 일 있는….”
“그래도 너를 봐서 좋아.”
눈을 한 번 깜빡인 그가 시선을 맞춰왔다. 흐리멍덩했던 파란 눈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존은 무어라 더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곤 손을 들어 롭의 어깨를 잡았다. 왜 그래, 롭. 그렇게 물으려던 순간,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롭의 붉은 머리칼이 어지러이 흩날렸다. 어째서인지 존은 거기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붉은 머리카락 뒤로 흐트러지는 흰 눈은 마치 신부의 면사포처럼 아름다웠다. 저도 모르게 존은 롭의 어깨를 잡은 손을 조금 더 위로 움직여 그의 뺨으로 가져갔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롭의 뺨은 얼음보다도 더욱 차가웠다.
“…롭!”
롭이 존의 품으로 쓰러졌다. 한 쪽 무릎을 꿇으며 롭의 몸을 받쳐 든 존이 그의 뺨을 쓸었다. 차가운 뺨을 물들이는 붉은 피는 너무나도 따뜻했다.
“존….”
“도대체…롭, 롭! 정신 차려!”
“너를 봐서, 다행, 이야…. 안심이…돼.”
“롭!”
활짝 웃은 롭이 손을 뻗어 존의 뒷목을 잡았다. 피에 젖은 입술이 존의 입술에 붙었다 떨어졌다. 안녕, 존. 마지막까지 활짝 웃는 롭의 몸을 끌어안으며 존이 울부짖었다.
눈을 반짝 떴을 때 존이 가장 먼저 본 것은 걱정스러움 가득한 샘의 얼굴이었다. 그는 가쁜 숨을 내쉬며 샘을 멍하니 올려다보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악몽이라도 꾼 거야? 샘이 물었다. 존은 멍하니 제 양 손을 내려다보다 얼굴을 묻었다.
“…롭이 꿈에 나왔어.”
“롭 스타크?”
“응…그런데….”
“그런데?”
“……롭이 죽었어.”
“오….”
얼굴을 벅벅 쓸어내린 존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었다. 샘은 그저 아무런 말없이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을 거야, 존. 그 뒤로 무어라 더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샘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존은 그런 샘을 올려다보며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고개를 끄덕인 샘이 자리를 뜨자 고스트가 끙끙 대며 존의 품을 파고들었다.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자신의 다이어울프를 쓰다듬으며 존은 그렇게 자신을 다독였다.
롭 스타크의 소식이 담긴 편지가 존의 손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이틀 뒤의 일이었다.
* 사실 시즌 3을 천천히 보면서... 썼던 거라 시즌 3 파이널이랑은 다른 결말.
** 피의 결혼식 시바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 엉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결말 달리 수정할까 했지만 저는 귀찮았다구 합니다(후비
“존, 너 결혼하고 싶어?”
우주선을 만들기 위해 설명서를 펼쳐놓고 끙끙대며 레고를 조립하고 있던 존은 이마를 잔뜩 찌푸린 그대로 고개를 들어 롭을 바라봤다. 소파에서 책을 읽던 롭이 눈을 반짝이며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눈빛은 곤란한데. 존은 손에 쥐고 있던 레고 조각들을 내려놓고 롭을 향해 몸을 돌려 앉았다.
“결혼하고 싶냐고?”
“응.”
“난 아직 결혼하기엔 많이 어린데.”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갑자기 그건 왜?”
“빨리 대답해봐. 결혼하고 싶어?”
손에 쥔 레고조각을 만지작대며 존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롭은 품에 안고 있던 책을 소파에 내려놨다. 그와 동시에 소파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와 존의 앞에 무릎을 꿇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대답을 종용하듯 파란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으으, 하며 앓는 소리를 내던 존은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랑? 하고 묻는 롭의 눈빛이 어린애 치고는 날카롭게 변해서 존이 다시 입술을 깨물며 어깨를 움츠렸다.
“누구…라니.”
“결혼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 누구랑 하고 싶은데? 옆 반 레베카? 아니면 신디?”
“아직…아직은 모르겠는데….”
“그래?”
헷, 혀를 살짝 내밀며 웃는 롭의 얼굴에 존도 안심한 듯 어설프게 웃었다. 나랑 약속해. 롭이 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약속?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묻는 존을 똑바로 쳐다보며 롭이 진지한 얼굴을 했다. 아버지 네드가 가끔 짓곤 했던 그런 얼굴이었다.
“나중에 결혼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나랑 결혼하자.”
“무…뭐?”
“나랑 결혼하자, 존. 존 스노우.”
“하…하지만….”
“뭐해, 빨리 대답해.”
어린아이의 진지한 얼굴은 얼마 가지 못했다. 울상이 되어 저를 재촉하는 롭을 곤란하게 바라보다 존은 한참 뒤 알겠다고 대답했다. 울먹이던 파란 눈에 기쁨이 번졌다. 롭이 왜 이러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존은 롭이 기뻐하며 웃으니까 좋았다.
그렇게 존은 롭의 7번째 생일 선물로 결혼을 약속했다. 그 증표로 일기장에 사인을 하고 수줍게 눈을 감은 롭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성년의 날을 앞둔 현재.
“존! 나랑 한 약속 잊지 않….”
“안 돼, 롭. 거절이야.”
“존!”
이걸로 14번째 차였군. 도망치는 존과 그런 존을 뒤쫓는 롭을 바라보며 혀를 찬 테온이 짧게 중얼거렸다.
* 현대 AU
** 나는 언제나 적극적인 롭과 약간 한 발 물러서 있는 존이 좋다:)
콩콩 울리는 노크소리에 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곤 존을 바라봤다. 오기로 한 사람이 있었나? 묻는 그의 표정에 존은 펜을 내려놓고 책상에서 일어났다. 콩콩, 콩콩콩. 박자까지 만들면서 경쾌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안녕?"
노크소리 대신 존의 한숨소리가 울렸다. 사람 앞에다 두고 한숨 쉬는거 아니다, 너? 밝게 웃으며 투덜거린 사람은 존의 이복형제인 롭 스타크였다.
"어쩐 일이야?"
"이유라도 있어야 해?"
"그건 아니지만…항상 연락하고 왔었잖아."
"오늘같은 날도 있는거지. 나 들어가도 돼?"
존의 플랫에 방문할만한 이유가 있든 없든 그는 롭 스타크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존은 대답대신 몸을 옆으로 물렸다. 롭은 그런 존을 한 번 꽉 껴안고는 플랫 안으로 들어섰다. 롭이 들어설 때부터 보던 책과 노트를 정리하고 있었던 것인지 샘이 어정쩡하게 가방을 멘 자세로 그에게 인사했다. 존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샘은 고개를 저으며 플랫을 나갔다.
"이거, 내가 괜히 네 친구를 불편하게 만든 것 같은데."
"그걸 알면 다음엔 연락 정도는 하고 와."
"서프라이즈 방문인데 연락하고 올 수는 없지."
"서프라이즈?"
테이블 앞에 펼쳐 두었던 노트를 한 쪽으로 치우며 존이 되물었다. 차곡차곡 쌓이는 노트를 턱끝으로 가리키며 롭이 말했다. 과제? 존은 고개를 저었다.
"마실 것 줄까?"
"그거 다 마시면 가라고 할 거지?"
"…애초에 자고 갈 생각하고 온 거잖아."
"티 많이 났어?"
대답없이 손을 들어 롭이 내려놓은 봉투를 가리켰다. 그제야 롭은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봉투에 든 것들을 꺼냈다. 맥주캔에 송글송글 맺힌 물방울이 테이블 위로 도르륵 떨어졌다. 테이블 옆에 앉아 그런 롭을 올려다보며 못말린다는 듯 웃던 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게 안주야?"
"왜, 별로야?"
"하지만 안주로 케이크라니…."
"이거 보고서도 별 생각이 안 드는 거야?"
롭의 파란 눈이 어떻게 그럴수가 있냐고 다그치는 듯 했다. 존은 당황해 손을 바지 위로 슥슥 문질렀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케이크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롭의 생일은 지난지 오래였고, 아버지의 생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렇다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생일을 롭이 챙길리는 없는데…. 롭은 끙끙대며 생각에 빠진 존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존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바보야. 너는 좀 더 너를 챙길 필요가 있어."
한 손으로 가방을 집어 올린 롭이 얼굴을 쑥 디밀었다. 쪽, 가볍게 붙었다 떨어지는 입술에 존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생일 축하해, 존. 조그맣게 속삭인 롭이 얼굴을 뒤로 물렸다. 생일? 느리게 눈을 깜빡인 존이 제 손에 놓인 것을 내려다봤다. 고급스러운 갈색 포장지 위로 유명 브랜드의 로고가 박힌 금색 리본이 팔랑거렸다.
"내 생일?"
"정말 몰랐던거야?"
"…오 이런…진짜 몰랐어…."
푸핫, 하고 롭이 웃음을 터뜨렸다. 상자와 롭을 번갈아보던 존도 배시시 따라 웃었다. 고마워, 롭. 존이 롭에게 키스하며 조그맣게 말했다. 맘에 들었으면 좋겠다. 그 말에 존은 당연히 그럴거라며 리본을 풀었다.
"크기가 맞을지 모르겠네. 내 팔목이랑 비슷하던데."
"내가 너보다 조금 더 팔목이 두꺼운데?"
"뻥치지마. 내가 저번에 잘 잡아봤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어."
롭이 존에게 선물해준 것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팔찌였다. 짙은 녹색의 얇은 가죽으로 섬세하게 매듭을 지어 은으로 끝을 마감한 제품이었다. 마음에 들어? 그렇게 물으며 롭은 슬쩍 제 손목을 보여주었다. 존은 고개를 끄덕이며 롭의 팔목에 입을 맞추었다. 존과 같은 디자인의, 색만 다른 팔찌를 손끝으로 더듬으면서.
"이제 네 친구 내보내게 된 거, 괜찮은거지?"
존의 룸메이트가 그래도 마음에 걸렸는지 롭이 조심스레 물었다. 물론. 내일 들어와달라고 메시지 보내놓을게. 롭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움직여 그의 허리를 감싸 안은 존이 조그맣게 속삭였다. 그리고 롭의 입술 위로 제 입술을 겹쳤다. 그런 존을 뒤로 밀어 눕히면서 롭이 작게 웃었다.
테이블 위에서 식어버린 맥주는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냉장고에 들어가게 되었다.
* 테이블 위의 맥주캔이 되고 싶다...(미침
** 적극적인 롭과 한 발 물러나 있는 존이 여전히 좋다22222
*** 현대 AU
톡톡. 펜뚜껑인지 아니면 펜의 끝부분인지. 뭉특하고 둥그런 것이 팔뚝을 쿡쿡 찔렀다. 반쯤 눈을 감고 있던 존이 스르륵 고개를 돌렸다. 팔뚝을 찔러대는 것은 역시나 펜대의 끝부분이었고 그 위를 따라 조금 더 올리자 펜을 쥐고 있는 하얀 손이 보였다.
“…아파, 롭.”
“엄살은.”
“진짜야.”
조그맣게 하품을 하며 이제는 아예 팔을 겹쳐 그 위에 얼굴을 댔다. 조온. 끝을 일부러 늘리며 롭이 인상을 썼다. 도서관에 온 지 10분도 안 되었는데 졸면 어떡하냐? 얼굴을 바짝 붙이며 속닥이는 그 목소리에 존은 푸스스 웃으며 눈을 감았다.
“아얏!”
순식간에 사람들의 눈초리가 존에게 꽂혔다. 허벅지를 문질러대며 어깨를 잔뜩 움츠린 존이 사방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다시 조용히 의자에 앉은 존이 옆을 째려봤다. 아니나 다를까, 롭이 주먹으로 입술을 꾹 누른 채 웃고 있었다. 쳇, 하며 입술을 삐죽인 존이 구겨진 책장을 문질러 폈다. 책상 끄트머리까지 굴러간 펜을 집어 들고선 책에 집중했다. 집중하려고 했다. 그러나 조용한 도서관에서 사각사각 들리는 소리,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등은 집중은 커녕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그렇게 반쯤 눈을 감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뺨에 따뜻하고 말랑한 것이 닿았다 떨어졌다. 눈이 반짝 떠졌다. 입까지 벌린 상태로 옆을 바라봤다. 롭은 존이 아닌 수학과제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나 존은 보았다.
롭의 목덜미와 귓불이 봄날의 벚꽃마냥 분홍빛으로 변한 것을.
책에 빠져들 정도로 집중하던 롭이 노트에 뭔가를 적고는 존에게 내밀었다.
[한 시간 안에 과제 끝내자.]
존은 그 뒤에 생략된 몇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졸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싹 사라졌다.
* 하디 영상 보면서 짧게 끄적끄적
** 도서관은 내가 언제나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
까마귀의 눈은 세 개였다. 눈바람이 몰아치는 새하얀 세상에서 새카만 세 눈의 까마귀는 이질적인 존재처럼 느껴졌다. 새찬 바람에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애처로이 흔들렸지만 까마귀가 앉아 있는 나뭇가지만은 단단히 고정된 것마냥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세 번째 눈도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을까? 까마귀의 시선을 묵묵히 받아내며 존은 생각했다. 한 쌍의 눈 사이에 위치한 또 다른 눈은 자신이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아악. 길게 울부짖은 까마귀가 날아 올랐다. 존의 시선이 날아오른 까마귀를 따라 움직였다. 존의 뒤쪽으로 날아가던 까마귀는 방향을 바꿔 다시 존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사냥을 준비하는 매처럼 존의 머리 위에서 까마귀가 원을 그리며 날았다. 따라오라는 뜻일까? 빙글빙글 돌고 있는 까마귀를 올라다보며 존이 한 발 내딛었다. 가악. 짧은 울음소리와 함께 까마귀는 원래 향했던 방향으로 날아갔다.
눈이 밟히는 소리는 바람 소리에 먹혔다. 펄럭이는 코트를 단단히 여미고 한참을 걸었던 것 같다. 가아아악. 아까 존의 머리 위에서 그랬던 것처럼 까마귀가 한 지점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한 발 한 발 눈을 눌러 밟으며 까마귀가 날고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까마귀의 아래에 무언가 있었다. 까맣고, 긴 무언가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바닥에 놓여있는 것이 더욱 선명해졌다. 존의 눈이 점점 커졌고,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럴리 없어! 이제 존은 거의 뛰다시피했다. "맙소사." 그 위를 돌고 있던 까마귀가 바닥에 내려 앉아 날개를 퍼덕였다. 새카만 털이 달린 망토를 걸치고 누워있는 것은 사람이었다. 그것도 존이 잘 알고 있는 사람.
"롭."
평온한 얼굴의 롭은 흔들어 깨우면 일어날 것처럼 보였다. 존은 롭의 목 뒤에 손을 집어 넣어 단단히 붙잡은 후 그를 안아일으켰다. 툭, 묵직한 소리를 내며 롭의 머리가 몸과 분리되어 바닥을 뒹굴었다.
"롭!"
허공을 헤집으며 상체를 벌떡 일으킨 존이 숨을 헐떡였다. 이불 위로 식은땀이 뚝뚝 흘렀다. 꿈…인가. 앞으로 쭉 뻗었던 손을 당겨 얼굴을 감쌌다. 빠르게 뛰던 심장이 어느 정도 잠잠해졌을 때 존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제 옆을 바라봤다. 그가 꽤 다이나믹하게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옆에서 잠들어 있는 롭의 얼굴은 마냥 편안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존의 꿈에 나왔던 롭의 얼굴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뻗어 롭의 코 앞에 가져갔다. 가느다란 숨이 손가락을 스쳤다. 긴장이 풀려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래, 그것은 꿈일 뿐이다. 존은 그렇게 생각했다.
*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어?"
"내 말을 들어주기로 했잖아, 롭."
스크럼블 에그를 입 안으로 밀어넣은 롭이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고민하는 얼굴을 했다. 그러나 존은 롭이 고민하는 척 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마스터. 존의 말에 롭의 손이 뚝 멎었다. 여기서 꼭 그렇게 불러야겠어? 구겨버린 냅킨을 식탁에 내려놓은 롭이 정색하며 말했다.
"제 말을 가벼이 넘기지 말아 주십시오, 마스터."
"존."
"다 마스터의 안전을 위한 것입니다. 그레이조이의 호위 대신 제가 선별한 녀석들을 데리고 가십시오."
아무리 꿈이라고 해도 영 찝찝했다. 하필 롭이 적대세력과의 미팅이 있는 날, 롭의 목이 떨어지는 꿈을 꾸다니. 그래서 존은 답지 않게 의견을 굽히지않았다. 그런 존을 쳐다보는 롭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존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봤다. 나 참, 어쩔 수 없네. 혀를 차며 짧게 웃은 롭이 먼저 시선을 거두었다. 존은 그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네 옆에 붙어 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거야."
"알겠어, 존. 네 말대로 할게."
마스터,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밖에서 대기하던 조직원 하나가 다가와 롭에게 허리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 곧 나가지, 하고 말함과 동시에 롭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만 조심해야 하는게 아닌거 알지, 존? 너도 조심해."
"알겠어."
싱긋 웃은 롭의 입술이 존의 입술에 가볍게 붙었다 떨어졌다. 다녀올게. 응, 다녀와. 꽉 잡은 손이 멀어지는 것이 오늘따라 아쉬웠다. 그러나 곧 다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존도 식탁에서 일어났다.
*
그것이 롭 스타크의 마지막 모습임을 알았더라면, 존은 그 손을 절대로 놓지 않았을 것이다.
*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롭의 관이 깊히 파둔 구덩이 아래로 내려갔다. 존 역시 그 비를 다 맞으며 롭의 관이 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롭은 존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존이 엄선하여 선별한 경호원들'도' 그레이조이의 경호원들과 함께 대동하였다. 그것이 문제였다. 약속장소에 나오기로 한 상대편 보스는 모든 일이 다 끝나고 나서 모습을 드러냈다. 존이 선별한 경호원들의 시신 사이에 우뚝 선채로 롭은 머리와 가슴에 각각 총상을 입고 숨을 거두었다.
"그레이조이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알았다."
흙이 관 위를 덮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에 맞춰 산사의 울음소리가 커졌다. 그녀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는 브랜의 떨리는 어깨를 애써 모른 척 하고 존은 몸을 돌렸다.
반드시 복수해줄게, 롭.
제 왼손 약지에 끼워진 것과 똑같은 디자인의 반지를 오른손 약지에 밀어 넣는 존의 눈이 무섭게 타올랐다.
* 환생한 존과 롭. 그리고 운명은 바꿀 수 없었다구 한다(눈물
** 전생의 기억은 없지만 전생에 관한 꿈을 가끔 꿨던 존이라는 날조 설정이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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