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스타크도 북쪽에서는 죽지 않는다. 죽은 스타크들은 모두 남쪽으로 간 자들이다. 캐슬블랙 주위를 새하얗게 감쌀 기세로 내리는 폭설을 바라보며 존은 가장 최근에 죽은 스타크를 떠올렸다.
툴리 가문 특유의 적갈색 머리카락 위로 쌓이는 흰 눈을 털어내던 롭의 미소. 그러고 보면 존도 롭도 쌓여서 꽁꽁 얼어버린 눈이 아닌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눈이나 비나 비슷하지 않을까? 지금보다도, 그리고 첫눈이 내렸던 그 때보다도 어렸던 시절, 롭의 침대에서 두툼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쓴 존이 속삭였다. 비오는 날보다 눈이 오는 날이 더 따뜻하다고 할멈이 그랬어. 그러니까 분명 비오는 날보다 눈 오는 날이 더 좋은 날일거야. 존의 체온을 좀 더 느끼기 위해 그의 허리를 바싹 당겨 안은 롭이 푸스스 웃었다.
‘그리고 말인데….’
존은 롭이 제 몸을 좀 더 편안하게 안을 수 있도록 몸을 움직여주었다.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틈 하나 없이 꽉 붙었다. 킥킥 웃은 롭이 장난을 치듯 존의 목덜미에 입술을 꾹 붙였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놀란 존의 몸이 움찔 떨렸다. 쉬이, 하고 달래듯 허리를 안았던 두 손 중 하나를 풀어 딱딱하게 굳은 존의 허리를 쓸어주는 롭의 입술이 목덜미를 따라 위로 조금씩 움직였다.
‘낸 할멈이 겨울의 북부는 무척 강하다고 했어. 그 어떤 스타크도 북부에서는 죽지 않을 정도로.’
모아졌다 벌어졌다 하며 움직이는 입술이 존의 귓불을 스쳤다. 그 때마다 뜨거운 입김이 귓바퀴를 간질이자 짜릿한 감각이 목덜미를 타고 등줄기를 지나 발끝까지 내달렸다. 절로 발가락이 움츠러졌다. 그러나 존은 롭은 밀어내지 않고 눈을 꽉 감은 채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롭, 그건 그저 할멈이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야.’
‘그렇지만, 존. 그렇지만 나는 믿어. 할아버지도, 브랜든 삼촌도, 리안나 고모도 모두 남부에서 죽었어. 남부에서 죽은 뒤 다시 북부로 돌아왔지. 그러니까 할멈의 말을 나는 믿어.’
원래도 스타크들은 북부에서는 죽지 않아. 게다가 이제 겨울이지. 눈이 내리는 북부가 우리를 지켜줄 거야. 아주 가끔 존은 나이에 비해 이성적인 롭이 미신적인 이야기를 믿는다고 할 때에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롭의 몸을 더욱 꽉 끌어안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 움직임에 롭의 입술이 조금씩 앞으로 움직였다. 조금씩 롭의 머리가 뒤로 물러났고, 뺨을 따라 앞으로 오던 입술은 마지막으로 존의 입술 위에서 멈췄다.
그리고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은 첫 눈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기도 전에 헤어져야 했다.
맹렬하게 내리는 눈을 멍하니 보던 존이 눈을 감았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그 마지막 입맞춤을 떠올리며 존은 장갑을 벗지도 않은 손을 들어 제 입술을 더듬었다.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 온기와 감각을 찾으려는 듯 애절한 손길이었다.
“…맹세해, 롭. 너를 다시 북부로 데려올 거야.”
눈의 장막이 드리워진 북부로 말이야. 숲의 아이들의 보살핌을 받고 신의 숲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너를 데려올 거야. 맹세해.
그리고 네 옆에 영원히 내가 있을 수 있도록. 입술 위에서 주먹을 꽉 쥐며 눈을 뜬 존이 하늘을 바라봤다. “맹세해.” 눈물이 고인 눈이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롭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