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와무라 다이치에 대한 테루시마 유우지의 애정표현은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았다. 같은 팀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테루시마의 인터뷰에는 언제나 사와무라의 이름이 함께 했다. 질문이 사와무라와 관련이 있고 없고를 떠나 자신의 모든 인터뷰에는 당연히 그래한다는 태도로 테루시마는 꼭꼭 사와무라의 이름을 언급했다.
팬들과 기자들, 아나운서들은 알지 못했지만 사와무라가 당혹스러운 얼굴로 테루시마에게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때 테루시마는 첫사랑을 시작한 소년과도 같은 얼굴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사와무라 씨가 싫다고 하시면 하지 않을게요.’ 라고 애처롭게 말했다. 아니 싫다는 건 아닌데…그저 궁금해서, 하고 말꼬리를 흐리던 사와무라는 툭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 것 같은 상대편 주장이 애처로워서 입을 꾹 다문 채 한숨을 삼켰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 테루시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그 때 그 꼬맹이가 너한테 고백을 했다는 거지?”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떨어지는 공을 받았다가 다시 위로 던져 올리며 쿠로오가 여상스럽게 말했다. 그러다 또 TV를 깨먹으려고? 마른 수건을 꺼내와 젖은 머리를 닦던 사와무라가 잽싸게 달려와 떨어지는 공을 받아서 소파 구석에 놓았다. 고개만 살짝 기울여 사와무라를 올려다본 쿠로오가 씨익 웃으며 어정쩡하게 떠 있던 손을 옆으로 뻗었다. 막 목욕을 끝낸 터라 따끈따끈한 사와무라의 허리가 잡혔다.
“내가 머리 닦아줄게.”
“괜찮아. 내가 할게.”
“내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
허리를 잡은 손에 힘을 줘 그를 제 앞에 앉혔다. 어어, 하며 끌려온 사와무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쿠로오를 올려다봤다가 못 말리겠다는 듯 웃으며 “그럼, 부탁해.” 인사하고 시선을 앞으로 했다. 사와무라가 건네준 타월을 받은 쿠로오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젖은 머리를 닦기 시작했다. 간간히 귀 뒤쪽의 옴폭 파인 곳과 이마선, 뒷목 쪽을 꾹꾹 눌러주기도 했다.
“오늘따라 서비스가 좋으신데요, 쿠로오 씨.”
“쿠로오 씨는 사와무라 다이치 씨에게 언제나 서비스가 좋았답니다. 밤에는 더욱 좋고요.”
“못하는 말이 없어.”
핀잔을 주듯 체온이 높은 손이 쿠로오의 종아리를 살짝 때렸다. 그러나 쿠로오는 타월 사이로 보이는 사와무라의 귀 끝이 약간 붉어진 것을 놓치지 않았다. 목을 낮게 울리며 웃은 쿠로오가 타월을 든 손을 앞으로 뻗어 사와무라의 눈을 가렸다. 쿠로오? 놀란 듯 저를 부르는 사와무라가 뒤를 돌아보지 못하게 힘을 줘 얼굴을 잡은 쿠로오가 고개를 숙여 드러난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윽, 쿠로오. 잠깐….”
“있지, 다이치.”
“…응?”
“다른 사람들한테는 아니라도 그 꼬맹이한테는 말해주는 게 낫지 않을까?”
네 애인이 네코마의 쿠로오 테츠로라고 말이야. 쪽쪽, 제 목덜미에 쪼듯 입을 맞추는 쿠로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다이치가 앓는 소리를 냈다. 흥분해서 내는 소리가 아니라 고민하느라 내는 소리임을 쿠로오는 잘 알고 있었다. 사와무라의 다정하고 포용력 있는 마음을 좋아하는 쿠로오지만 그래도 선을 그을 땐 그어야 할 때였다. 테루시마와 쿠로오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와무라 자신을 위해서.
“…그래야겠지.”
제 눈을 가리고 있던 쿠로오의 손목을 잡아 내린 사와무라가 한참 만에 대답하며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빛에 노출된 탓에 눈이 부신지 몇 번 깜빡거리는 그의 눈꼬리에 쿠로오가 입을 맞췄다. 무릎을 세워 몸을 완전히 쿠로오 쪽으로 돌린 사와무라가 손을 뻗었다. 딱 맞춘 것처럼 사와무라의 품에 쿠로오의 몸이 안겼다.
“미안해, 불안하게 만들어서.”
“…….”
“걱정하지 마, 테츠로.”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와 등을 쓸어주는 손길에 담긴 애정에 쿠로오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사와무라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그에 화답하듯 쿠로오의 뺨에 사와무라가 입을 맞춰주었다.
* 비밀연애하는 쿠로다이, 그리고 다이치 짝사랑하면서 열렬히 애정공세 펼치는 테루시마.
** 사실은 존잘님과 탐라에서 풀었던 수구선수AU로 생각하고 썼으나 그런 내용 1도 담겨있지 않으므로 셋 다 프로배구선수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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