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를 제외한 베켓남매의 성격이 내 존잘님이 설정해놓은 것과 너무 유사해서 넘 죄송한..ㅠㅠㅠ
이건 다 존잘님 설정이 짱이어서 그러타ㅠㅠ 얀시 멋있으니까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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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업이 끝나기 20분 전입니다. 재스민 베켓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항상 이 시간이면 어제 있었던 일을 발표해볼 사람을 뽑습니다. 재스민의 담임선생님이 반을 천천히 돌아봅니다. 번쩍, 재스민이 손을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으로 나오라고 손짓했습니다. 턱을 살짝 치켜들며 노트를 집어든 재스민은 롤리가 봤다면 배를 잡고 뒹굴었을 표정을 짓고 사뿐사뿐 앞으로 나왔습니다.
“어제는 사랑하는 얀시와 도널드의 생일이었습니다.”
재스민의 일기의 첫 줄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2. 롤리 베켓과 재스민 베켓 위로는 쌍둥이 형제가 있습니다. 얀시 베켓과, 그보다 3분 14초 늦게 태어난 도널드 베켓입니다. 키, 몸무게, 체형, 얼굴, 표정, 사소한 움직임, 입맛 등이 모두 같은 쌍둥이지만 성격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얀시 베켓은 잘 웃어줍니다. 하지만 그 웃음을 잘 구별해야 합니다. 얀시는 화가 나도 웃는 사람이라서 그를 잘 모르고 덤벼든 사람들은 땅바닥을 긁으며 잘못을 빌어야 했습니다. 롤리와 재스민에게도 엄하고 무섭게 대해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하이스쿨의 얀시 베켓은 여러모로 유명 인사였고, 대학에 갔어도 변함없었습니다. 그랬기에 사람들은 직장인과 얀시를 제대로 연결시키질 못했습니다. 그러나 얀시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인공지능로봇을 개발하는 거대 기업에 입사했습니다.
도널드 베켓은 얀시와는 달리 잘 웃지 않습니다. 무슨 근심이나 짜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간의 주름이 펴질 생각을 않습니다. 어릴 적, 좋아하는 오빠의 얼굴에 있는 주름을 없애주겠다고 다리미를 들고 온 재스민을 겨우겨우 말려야 했을 정도로 말이죠. 만약 재스민이 얀시에게 그랬다면 아마도 엉덩이에 불이 날 정도로 맞았을 겁니다. 하지만 도널드는 재스민의 손에서 다리미를 건네받아 내려놓은 뒤 사랑스러운 여동생을 꼭 안아주며 그러면 안 되는 이유 7가지를 알려주었습니다. 재스민은 그 뒤로 도널드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좀 무섭긴 했지만 얀시는 멋진 오빠이고, 도널드는 자상한 오빠이기에 재스민은 항상 둘의 생일을 가장 특별하게 챙겨주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항상 도널드의 생일만 챙겨주고 싶어 하는 롤리의 등짝을 찹찹 때려가며 쌍둥이의 생일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11월 7일. 재스민이 가장 좋아하는 두 오빠의 생일입니다.
3. “도널드, 그 색깔은 좀 별로인데?” “그래?”
펜 케이크를 대충 입에 집어넣은 얀시가 자리에서 일어나 드레스룸으로 향했습니다. 넥타이를 풀어 식탁에 올려둔 도널드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드레스룸 쪽을 바라봤습니다. 잠시 후, 얀시가 나왔습니다. 폭이 좁은 게 요즘엔 더 낫더라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넥타이를 매준 얀시가 씩 웃습니다. 도널드도 그를 따라 웃습니다. 그러나 곧 2층에서 구를 듯이 뛰어 내려오는 롤리 때문에 쌍둥이는 인상을 썼습니다.
“롤리 베켓! 집에서는 뛰지 말라고 했잖아!” “롤리, 아침 먹고 가야지!” “괜찮아, 도널드. 오늘 빨리 가야해. 출근 잘해!”
얀시를 향해서는 혀만 쑥 내민 롤리가 도널드에게 밝게 인사했습니다. 그러나 곧 도널드의 잔소리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집으로 들어온 롤리는 얀시에게도 대충 인사했습니다.
“빠이!” “롤리이!”
얀시는 별거 아니라는 듯 웃었지만 도널드는 남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또 한숨을 쉽니다. 그럼, 먼저 간다. 얀시가 자동차 키를 챙겨 도널드에게 손을 흔들어줍니다. 우물우물 펜 케이크를 넘긴 도널드가 오늘 야근 하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아니, 오늘은 정시 퇴근. 너는?” “나도야. 이따 집에서 봐.” “응, 너도.”
얀시가 출근하고 30분 뒤, 도널드는 재스민을 학교에 데려다준 뒤 출근을 합니다. 멀어지는 오빠의 차를 빤히 보며 재스민은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작성했습니다. [부탁한 거 제대로 사오지 않으면 장난감 자동차 부순 거 얀시한테 이를 거야.] 1분이 채 안 돼서 답이 왔습니다. [ㅇㅇ] 롤리 멍청이! 재스민이 발을 한 번 구르고 학교로 들어갔습니다.
4. 얀시와 도널드는 직장에서 생일 축하를 받았습니다. 받은 생일 선물을 종이봉투에 잘 넣어 퇴근을 한 도널드에 반해 얀시는 두 팔 가득 들어도 넘쳐날 정도로 선물을 받았습니다. 동료의 도움으로 선물들을 잘 정리한 후 얀시도 퇴근을 했습니다. 한 손으로 부드럽게 핸들을 돌리며 얀시는 집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뚜르르, 뚜르르, 뚜르르. 네 번의 신호가 더 이어졌지만 아무도 받질 않습니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통화버튼을 누르지만 역시나, 휴대폰 너머로는 아무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전화를 안 받아.”
[그래? 이상하네. 내가 한 번 볼게. 이제 곧 도착이야.] “비슷하게 도착하겠네. 나도 거의 다 왔어.”
주차를 하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린 얀시가 차에서 내리자 도널드가 도착했습니다. 쌍둥이는 불 꺼진 거실과 서로의 얼굴을 한 번씩 바라본 후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롤리! 재스민! 동생들의 이름을 불러도 답이 없습니다. 그 때, 부엌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쌍둥이는 재빠르게 부엌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둘은 눈이 내린 것 마냥 하얗게 변해버린 부엌 가운데에 서 있는 눈사람 두 명을 발견했습니다.
5. 씻고 나온 재스민은 무릎을 꽉 껴안고 소파에 웅크리고 앉았습니다. 도널드는 그 옆에 앉아 여동생의 어깨를 감싸 안았습니다. 재스민. 조용히 동생의 이름을 부르자 흑, 하는 울음이 터집니다. 나오려는 한숨을 참아낸 도널드는 온 몸에 힘을 꽉 주고 눈물을 참으려는 재스민을 품으로 당겨 안았습니다. 미안해, 도널드. 미안해. 웅얼웅얼 사과하며 우는 재스민의 머리에 입을 맞춰주며 도널드가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롤리와 함께 사투를 벌이며 부엌을 치우고, 샤워를 마친 얀시가 머리를 탈탈 털며 두 남매의 앞에 털썩 앉았습니다. 재스민. 낮게 깔린 얀시의 목소리에 재스민이 몸을 흠칫 떨었습니다. 에휴, 이 멍청아. 고맙다. 아직 젖어있는 재스민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으며 얀시가 웃었습니다. 도널드의 품에서 고개를 빼꼼 든 재스민이 웅얼거림에 얀시가 응? 하고 다시 되묻습니다. 화…나지 않았어? 잔뜩 기죽은 목소리에 얀시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우으으, 하는 소리는 곧 커다란 울음소리가 되었고, 재스민은 얀시의 품으로 뛰어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