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바깥의 나무들이 색이 조금씩 바뀌어갔다. 나뭇잎을 흐트러뜨리는 바람도 제법 선선했다. 손을 흔들듯 팔랑팔랑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을 바라보며 여자는 태동이 있던 자리에 양손을 조심스레 얹었다. 아가, 너도 저 바깥을 구경하고 싶은 거지? 그래도 조급해하지 마렴. 자장가를 부르듯 조곤조곤 흘러나오는 엄마의 목소리에 답하듯 다시금 뱃속의 아이가 움직였다.
저, 저 성질머리 하고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짓는 여자와는 달리 그 앞에 앉은 남자는 턱을 괸 상태로 인상을 한껏 찌푸렸다. 그러나 여자는 그런 남자를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부푼 자신의 배를 부드럽게 쓸며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그럴 때마다 남자는 여자의 말에 반박이라도 하듯 투덜댔지만 여자는 남자 쪽을 쳐다보지도, 반박하지도 않고 오로지 아이에게만 말을 걸었다. 마치, 지금 이 병실에는 자신과 뱃속의 아이만 있다는 것처럼.
남자는 잠시 입을 다물고 여자의 부푼 배를 바라봤다. 남자가 불만을 토로할 때마다 꿈틀대던 날개도 얌전했다. 오늘이 마지막이야.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 그는 제 날개를 활짝 펼쳐 몸을 감쌌다.
남자는 심호흡을 하곤 천천히 날개를 양옆으로 펼쳤다. 새하얀 천사의 날개를 닮은 새하얀 공간의 중간에 아기는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나 참, 그렇게 발길질을 신나게 해대길래 깨어있는 줄 알았더니 그 새를 못참고 잠들었냐?
못말리겠군. 얼굴을 문지르며 투덜댄 남자는 제 허리에 손을 얹고 잠든 아기의 얼굴을 바라봤다. 빠짐없이 기억하겠다는 듯, 정성스러운 눈길이었다.
역시 아기일 때가 제일 귀여웠구나, 죠죠.
그리움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로 남자가 속삭였다. 그에 반박이라도 하듯 아이는 이마를 찌푸리며 푸푸 하고 숨을 뱉어냈다. 남자의 얼굴 위로 환한 미소가 크게 번졌다. 죠죠. 죠셉. 죠셉 죠스타. 그리움을 걷어낸, 한없이 다정한 목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아이는 이제 편안한 표정으로 고른 숨을 내쉬었다.
네가 이제까지 겪었던 슬픔과 이별, 탄식은 이제 모두 잊는거야. 사랑받고, 사랑받아서 더없이 멋진 사람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남자는 손을 뻗어 잠든 아기를 안았다.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아기의 얼굴 위로 은은한 미소가 떠올랐다. 남자 역시 부드럽게 웃으며 아기의 뺨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제 왼손 검지손가락을 들어 아기의 윗입술과 코 사이에 얹었다가 뗐다.
네가 행복하기를 바라, 죠죠. 나직이 속삭이며 아기를 꼭 껴안은 남자의 뺨 위로 별빛같은 눈물이 흘렀다.
* 소녀봇의 트윗을 보고 짧게 망상(https://twitter.com/littlelady_bot/status/690483451946897408?s=09) 원본은 심보선 님의 "인중을 긁적거리며" 였다.
** 원래 초반을 좀 그럴듯하게 시작해볼까 했지만 이도저도 안 될 것 같아서 다 삭제. 죠죠 1부~3부 애니 다 보고 처음으로 써 본 손풀기용이었다구 한다. 망했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시저는 언제나 죠셉의 행복을 바랄 것이다. 죠셉이 자신을 잊고 살아갈지언정ㅇㅇ. 그런 마음을 담으려했지만 역시나 장렬히 실패했다구 한다 촤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