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컥 열린 문이 벽에 큰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그러나 죠셉은 아랑곳 않는다는 태도로 방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침대로 걸어갔다. 이렇게 시끄럽게 들어와도 상대는 전혀 깨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역시나 그는, 시저는, 깨지 않고 얕은 숨을 내쉬며 잠들어 있었다.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죠셉은 시저의 얼굴부터 목, 어깨, 팔을 꼼꼼히 살핀 뒤, 조심스럽게 이불을 들추었다. 가슴부터 배까지 두껍게 감겨 있는 흰 붕대의 어느 한 구석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불을 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긴 한숨을 내뱉은 그는 다시 이불을 내려놓았다. 잠든 시저가 불편해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이불을 정리해준 뒤 방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두 발의 총성이 저택을 뒤흔들었다.
“면목이 없습니다, 도련님. 정말 죄송합니다.”
“경호원들에게 더 주의를 주십시오. 이번과 같은 일이 또 다시 발생하면 아무리 당신이라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용한 리볼버를 집사에게 건네준 죠셉은 몸을 돌려 시저가 잠든 방으로 돌아갔다. 그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시저는 몸 한 번 뒤척이지 않고 잠들어 있었다.
기적적인 생환 이후, 시저는 가끔 이렇게 깊은 잠에 빠졌다. 의사들은 이것이 어쩌면 그의 몸이 살기 위해 보이는 한 방편일 수 있다고 했다. 한 번 잠이 들면 시저는 짧게는 30분 길게는 6시간까지도 깨지 않았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깊은 잠에 빠지는 시기가 불규칙했다. 그러니 바깥활동을 삼가야 하는 게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죠셉과 함께 그 말을 들은 시저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뿐이었다. 원래도 강도 높은 수련을 했던 몸은 가만히 방에만 있는 것을 못견뎌했다. 가볍게 산책이라도 하고 오겠다고 말한 어느 날, 시저는 처음으로 죠셉이 감정적으로 폭발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확인했다. 다시는, 다시는 나가겠다는 말을 하지 말아달라며 저를 끌어안고 우는 죠셉의 등을 쓸어주며 시저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시저는 죠셉 몰래 저택을 빠져나가는 방법을 택했다. 죠셉이 시저가 있는 방을 포함해서 곳곳에 경호원들을 배치해둔 탓에 쉽진 않았지만 그 역시도 뛰어난 파문사였다. 비록 이렇게 몸이 약해졌어도 말이다. 다시 죠셉이 돌아오기 전까지만 방에 돌아가 있으면 된다. 시저는 그렇게 생각하곤 발걸음을 옮겼다.
잠은 갑작스레 몰려왔다. 시야가 마구 흔들리고 자꾸 눈이 감겼다. 시저는 낭패감을 느끼며 다시 저택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와 동시에 시저의 몸이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이것이 전부였다면 그나마 괜찮았을 수도 있었다. 문제는, 하필이면 시저가 쓰러진 그 자리에 덜 다듬어진 바위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머리에 부딪히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었겠지만 시저가 ‘저택 밖에서’ 다쳤다는 것은 죠셉이 애써 붙잡고 있던 무언가를 끊어내기 충분했다.
시저. 침대의 한 쪽에 조심히 걸터앉으며 죠셉은 잠든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더 이상 나를 떠나게 두지 않아. 네가 위험한 곳에 혼자 있게 하지 않아. 고개를 숙여 그의 이마에 제 이마를 댔다. 차갑지 않고 따뜻하다. 그가 살아있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