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어설픈 수인 이야기......ㅠㅠ
나도 제목 잘 지어보고 싶다..... 츄우...
빗자루가 바닥을 쓰는 소리가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섞여들었다. 낙엽들이 더 흩어지지 않도록 꼼꼼하게 모으며 시저는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은 며칠 째 두터운 커튼이 열릴 생각이 없는 2층 창문이었다. 죠죠 녀석, 많이 아픈 건가? 빗자루를 꽉 쥐는 시저의 얼굴 위로 근심이 어렸다.
죠셉의 얼굴을 보지 못한지도 벌써 열흘이다. 시저 본인이나 자신의 동생들의 성장을 되짚어 봐도 죠셉처럼 아팠던 적은 없었다. 어머니, 죠죠가 많이 아픈가요? 하고 물어봐도 어머니는 부드럽게 웃으시며 곧 괜찮아질 거라는 대답만 반복하였다.
‘그리고 시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절대로 도련님을 그런 식으로 부르면 안 된다는 거, 알지?’
‘그럼요, 어머니.’
어머니와의 대화 마지막에 붙은 잔소리까지 함께 떠올라 시저는 눈을 감고 도리질을 쳤다. 어릴 때부터 죠죠라고 편하게 불러왔는데 이제와 도련님이라고 부르기가 어색했다. 게다가 죠셉 본인도 괜찮다고 허락한(시저는 허락이라는 것도 마음에 썩 들진 않았지만) 마당에 뭐가 어떻단 말인가.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멀리서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네, 곧 가요! 모아둔 낙엽을 끌고 온 수레에 재빨리 담아 정리하곤 자리를 떴다.
그 때, 2층 창문의 커튼에 살짝 틈이 생겼다. 그 사이로 파란 불꽃을 담은 한 쌍의 눈이 수레를 끌고 사라지는 시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
죠죠, 그러니까 죠셉 죠스타와 시저 체페리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다. 아무것도 모를 철없는 어린 시절에는 죠죠, 시저 하며 친구처럼 자랐지만 시저가 부모님처럼 저택의 일을 할 나이가 되었을 때, 둘 사이에서 ‘친구’라는 단어는 누군가가 지운 듯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시저는 하나뿐인 내 친구야. 누가 뭐래도.’
시저가 처음으로 죠셉을 도련님이라고 불렀던 날, 방에 틀어박혀 펑펑 운 덕에 퉁퉁 부운 눈으로 죠셉은 시저의 손을 꼭 잡고 그렇게 말했다. 둘만 있을 땐 그냥 평소처럼 불러줘. 도련님이라니 너무 멀어져버린 느낌이야. 울음이 채 가시지 않은 목소리가 뚝뚝 끊어져 흘러나왔다. 시저는 그런 죠셉의 뺨을 슥슥 닦아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멀리 가면 안 돼, 시저. 내 옆에 있어줘.’
‘걱정 마, 죠죠. 나는 어디 안 가.’
아무리 널 도련님이라고 부른다고 해도 말이야. 그러나 뒷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겨우 울음이 멎은 죠셉을 다시 울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엉망이 된 머리까지 제대로 빗어 정리해준 시저가 웃자 죠셉은 코를 한 번 훌쩍이곤 따라 웃었다. 바보 같아. 뭐라고? 축 늘어졌던 눈꼬리가 어느새 사납게 올라갔다. 이제는 소리까지 내며 웃은 시저가 화를 내려는 죠셉을 당겨 안아주었다.
그렇게 지워졌던 ‘친구’라는 관계가 다시 천천히 돌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죠셉에게 친구란 진짜로 시저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죠셉은 시저 외의 친구를 만들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언젠가 시저가 나 말고 다른 친구들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는데 죠셉은 그런 게 왜 필요하냐는 얼굴을 했었다.
‘체면만 중요하게 여기면서 머리가 텅텅 빈 행동들만 해대는 그런 귀족친구들 따위 필요 없어.’
‘하지만 죠죠, 그런 관계도 때로는 필요한 법이야.’
‘시저가 있는데 다른 친구가 왜 필요한 건데?’
‘그야….’
‘아아, 안 들린다, 안 들려.’
‘죠죠.’
‘필요 없어. 난 이미 시저가 있으니까.’
거 참, 낯간지럽네요. 그러나 영 싫지는 않은 듯 시저가 뺨을 긁으며 웃자 죠셉도 따라 웃었다.
그렇게 거의 매일을 붙어 다닌 둘이었다. 지금처럼 이렇게 오랫동안 얼굴도 못 본 적은 없었다. 게다가 시저가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픈 죠죠를 보러 갈 수도 없다는 부분이었다. 전염병이에요? 물어봤지만 어머니도, 큰 마님인 죠셉의 할머니도 모두 애매하게 웃어넘길 뿐이었다.
‘걱정 말려무나, 시저군. 조금만 더 지나면 죠죠는 괜찮아질 거란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시저는 큰 마님의 말을 곱씹었다. 그래, 죠죠는 괜찮을 거야.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시저는 모로 누워 잠을 청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통, 통, 무언가가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바람소리인가. 상체를 반쯤 일으킨 시저가 창문을 한 번 바라보곤 다시 침대에 누웠다. 통, 통. 바람소리는 아니었다. 작은 돌멩이가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와 닮아 있었다. 침대에서 내려온 시저는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창문으로 다가갔다.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잔잔히 쏟아지는 달빛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괜히 무서워지는 것 같아 양 팔을 문지르곤 침대로 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통, 다시 창문에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소리를 들음과 동시에 시저는 재빨리 몸을 돌려 창문을 열었다.
누구야! 하는 말이 채 외침도 되기 전에 시저는 저를 덮치는 새카만 그림자에 의해 바닥에 쓰러졌다. 입이 크게 벌어졌지만 어떠한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제 위에 올라탄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시저의 눈에 공포가 가득했다.
그르릉, 목을 울리는 위협적인 소리에 절로 눈물이 넘쳤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본 것인지 그것이 혀를 내어 시저의 뺨을 핥았다. 뜨겁고, 축축하고, 거칠거칠한 혓바닥이 뺨에 닿자 시저의 몸이 더욱 딱딱하게 굳었다. 킁킁, 혓바닥처럼 젖은 코끝이 벌름대며 시저의 목 뒤쪽을 훑었다. 저도 모르게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계속 넘쳐흐르는 눈물이 바닥을 적셨다.
목에 닿았던 주둥이가 점점 아래로 움직였다. 무엇이 마음에 안 드는지 위협적으로 목을 울린 짐승이 갑자기 이를 세워 시저의 잠옷을 물어뜯었다. 시저의 얼굴이 더욱 허옇게 질렸다. 이제 정말 죽는구나 하고 생각하던 시저는 갑작스레 제 가슴을 핥아대는 짐승의 행동에 몸을 퍼뜩 떨었다. 사람과는 다른, 꺼끌꺼끌한 혀가 가슴 여기저기를 스쳤다. 무서운 와중에 짐승의 혀가 너무나 따가워서 시저는 반사적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짐승은 그런 시저의 움직임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잠옷을 물어뜯으며 드러나는 맨살을 핥아댔다.
흑, 하고 참고 있던 울음소리가 잇새로 흘러나왔다. 귀를 쫑긋 움직인 짐승이 핥던 행위를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새파랗게 타오르는 불꽃같은 눈을 바라보며 시저는 동물도감에서 본 늑대를 떠올렸다. 짐승이 콧잔등을 찌푸리자 희고 단단한 이빨이 드러났다.
죽음이 가까이 다가온 것 같았다. 시저는 문득 죠셉이 보고 싶었다. 자신이 여기서 죽는 줄도 모르고 제 방에서 끙끙 앓고 있을 죠셉이 말이다.
“…죠죠.”
저도 모르게 죠셉의 이름을 불렀다. 부르고 나니 그가 더 보고 싶어졌다. 죠죠, 흑, 죠죠. 눈물처럼 죠셉의 이름이 계속 넘쳤다. 그런 시저를 가만히 바라보던 짐승은 눈을 한 번 깜빡이더니 뒤로 물러났다. 앞발로 바닥을 툭툭 내려치며 고개를 털어낸 짐승은 무언가에 쫒기는 것처럼 창문을 훌쩍 뛰어 넘어 나갔다.
덜덜 떨리는 몸을 바싹 끌어안은 시저는 짐승이 나간 창문을 멍하니 바라봤다. 살았다는 생각에 모든 긴장이 풀려버린 그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미친 듯이 졸음이 밀려들었다. 파르르 떨리는 두 눈을 감으며 시저는 뒤로 물러나 저를 바라보던 짐승의 눈을 떠올렸다.
어째서, 네가 상처받은 눈을 하고 있었던 거니?
*
악몽을 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넝마가 되어버린 잠옷과 따끔거리는 가슴, 바닥에서 잔 덕에 몰려드는 뻐근함은 그것이 실제로 벌어진 일임을 알려주었다. 여기저기서 밀려드는 아픔을 참으며 시저는 부모님이 깨시기 전, 잠옷을 숨겨두고 샤워를 했다. 가지고 있는 옷 중 가장 부드러운 것을 골라 입었지만 천이 가슴을 스칠 때마다 따끔거렸다. 붕대라도 감아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며 저택에 들어선 시저의 눈에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죠죠!”
활짝 웃으며 시저는 막 계단에서 내려온 죠셉에게 재빨리 다가갔다. 너 이제 괜찮은 거야? 아픈 건 다 나았어? 속사포처럼 말하며 시저는 죠셉의 몸 여기저기를 꼼꼼하게 살폈다.
“좀 마른 것 같기도 하네. 제대로 못 먹어서 그런가?”
“어…음. 그래, 잘 못 먹었지.”
“그래도 무작정 많이 먹진 말고. 위에 부담갈 수 있으니까.”
그런데 너, 좀 큰 것 같다? 고개를 갸웃하며 시저가 말했다. 죠셉은 제 몸을 내려다보며 그런가,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뭔가 얼굴도 좀 달라진 것 같고…전체적으로 분위기가…좀 달라진 느낌인데?”
“그, 그래?”
“응, 그래.”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죠셉을 위 아래로 훑어보던 시저가 다시 입을 열려는 찰나, 다이닝룸 쪽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아, 나 가봐야겠다. 이따가 다시 이야기해.” 빠르게 속삭인 시저는 몸을 돌려 다이닝룸을 향해 뛰어갔다. 죠셉은 시저가 가고 나서도 한동안 계속 로비에 서서 다이닝룸 쪽을 바라봤다.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얼굴을 하고서.
시저 체페리가 15세, 죠셉 죠스타가 13세가 된 가을의 일이었다.
* 도련님 죠세뿌, 그리고 죠셉네 집에서 일하는 시져 어린이 되시겠다.
** 트윗롱거에 적어둔거 그대로 적어보자면 "물들어올 때 노저어야 한다고 언제 또 막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기 때문에 머리를 열심히 쥐어짜고 손가락을 놀려보았다." 라구 되어 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디오의 저주(ㅋㅋㅋ)로 죠나단 이후 태어나는 사내아이들이 특정 시기에 동물이 된다는 것이 대략의 설정인데... 만약 뒷 이야기를 쓰게 된다면 쪼끔 바뀔 수도 있고.. 그치만 늘 뒤가 없는 닝겐인 나이기 때문에 아마 설정이 바뀔 일은 없을 것 같다..(후비
**** 성장기에 동물이 되었다가 다시 인간이 되면 포풍성장을 한다는 날조가 섞임. 시쟈 빼고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임.
***** 시저의 어머니가 죠셉의 유모였기 때문에 둘이 함께 자랄 수 있었다는 날조2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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