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손길에 따라 케이스에서 봉투로 옮겨지는 사탕들이 부딪히는 소리와 달콤한 향기가 가득한 공간을 둘러보는 존의 시선이 어색했다. 방황하듯 이리저리 휘둘린 시선이 어느 한 곳에 머물렀다. 저처럼 조금은 어색해보이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직원에게 물어가며 손에 든 봉투에 사탕이나 젤리 등을 옮겨 담고 있는 롭에게.
오늘 롭은 하교 후 존을 이끌고 오픈하자마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디저트 가게에 들렀다. 원하는 사탕이나 젤리, 카라멜 등을 봉투에 담아 무게에 따라서 금액을 책정하고 결제하는 곳이었다. 알록달록 예쁘기도 했지만 구매자가 원하는 것을 바로 살 수 있는 곳이기에 한창 유행하는 곳이었다. 롭에게 설명을 듣자마자 보지 않아도 가게의 이미지가 그려졌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존의 생각 이상으로 가게에는 여자 고객들뿐이었다. 여기저기를 둘러봐도 남자 고객이라고는 롭과 존, 둘 뿐이었다. 롭 역시 존처럼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 가게의 사탕과 젤리들을 먹어보고 싶다던 어린 동생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봉투를 집어 들었다. 존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색한 모습으로 가게를 구경했다.
그러다가 제 시선이 다시금 롭을 향했고.
그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를 향한 내 마음도 그렇게 계량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전제조건부터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롭 스타크를 향한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단위는 과연 무엇인가. 무게? 너비? 아니면 깊이?
너를 향한 내 마음을 명확하게 표기할 수 있는 단위가 있을까?
과연 그런 단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단위를 이용해서 제 마음을 잴 수 있다 하더라도 과연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부지런히 움직이며 동생들의 입맛에 맞을만한 디저트를 담는 롭을 따라 존의 생각도 이리저리 뻗어나갔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럭비공처럼 튕기는 생각의 끝이 그 어느 날의 추억에 닿았다.
다른 아이들도 안경 쓴 네가 잘생겼다고 말하고 다닌다며 외치고선 얼굴을 붉혔던 그날의 롭의 얼굴.
사실은 제 사랑이 더욱 크다고 생각을 했다. 롭에게 반대할 수 없었고, 뭐든 롭에게 맞춰주고 싶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러했다. 롭을 향한 제 마음이 연인들의 그것과 닮았다는 것을 깨닫기 이전부터, 존은 그러했다. 그렇게 시작했던 마음이기에 존은 제 사랑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롭이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외쳤던 그날, 존은 제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적극적으로 닿아왔던 사람은 제가 아니라 롭이었는데.
손을 잡는 것도, 좋아한다고 말해준 것도, 모두 롭이 먼저였는데.
왜 그것을 모르고 있었을까.
마음에 드는 것을 다 골랐는지 존을 쳐다보는 롭의 얼굴에 미소가 활짝 피어났다. 시선을 마주해 눈짓으로 대답한 존은 몸을 돌려 가게를 나갔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냐. 다 샀어?”
고개를 끄덕이며 롭이 손에 든 봉투를 살짝 흔들었다. 차르륵, 다채로운 색깔의 사탕들이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냈다. 하나 먹어볼래? 존은 고개를 저었다. 맛있을 것 같은데, 라고 중얼대며 롭은 봉투 안을 쳐다보다가 꽤 큰 크기의 사탕 하나를 꺼내었다.
“맛있어?”
“응, 맛있네. 아리아도 좋아하겠어.”
먹어봐, 라고 하듯 롭이 다시 손을 쑥 내밀었다. 존은 그런 롭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갑자기 주위를 둘러보았다. 롭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존을 따라 주위를 살폈다. 나도 먹어보고 싶어졌어. 롭의 시선이 다시 존을 향했다.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존의 얼굴이 있어서 롭은 저도 모르게 눈을 꾹 감으며 얼굴을 뒤로 물렸다.